10월4일.
드디어 시오가 걸음마를 시작했다.
겨우 3-4걸음이지만 그녀에겐 트리플악셀처럼 버거운 난이도일 것이다.
박카리스마가 허리만 가눌 줄 알게 되면 곧 걸을 거라 말씀하셨고
백합소녀는 미투데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시오의 성장기를 감상하셨다.
10월5일.
어제의 환희를 뒤로 한채 오늘은 시오에게 큰 시련의 날이 되었다.
13개월동안 그녀에게 있어선 더블치즈버거였고 교촌치킨이었고 트로피컬 쿨라다이기도 했던
모유를 끊는 날이기 때문이다.
시오 엄마는 점심즈음 단유마사지사를 만나 두 유방에 테디베어처럼 친근한 곰 두마리 형상을
그리고 왔다. 그리고선 시오에게 "이제 엄마쭈쭈 곰한테 줘요"라고 하니 곧잘 시오는 손을 흔들며
아쉬운 작별의 동작을 취한다. 그녀말대로 너무나 "대견한 시오"였다.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던 음식을 앞으로 못먹는다는 아쉬움이 클텐데 꾹 참으며
엄마 가슴을 찔러도 보고 만져도 보면서 애써 태연한척 다시 bye bye를 한다.
청교도의 금욕주의를 능가하는 인내심의 본좌, 촬리의 딸 답다 ㅋ
오늘은 또다시 1년전의 악몽이 충분히 떠오를법한 새벽이다.
하지만 그동안 은숙이는 몰라보게 성장했고, 그래서 히스테리 또한 부쩍 줄었다.
2년만에 마신 커피의 힘일수도 있고, 1년동안 이행한 엄마의 자격일 수도 있다.
또다시 한밤 중 수십번을 깨어나 엄마를 고달프게 하겠지만 정작 제일 힘든 건 시오일테니
심리적 하중은 더욱 커진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감천에서 출동한 장모님 덕분에 위안이 크지만
그래도 정작 시오를 안고 시오를 달래야 되는 한사람은 은숙인지라 해줄 게 없다.
1년 전 모유가 적다며 대성 통곡하던 뽈따구가 완모란 우주대업을 달성한 뒤 단유를 단행하겠다고 한다.
엄마의 우주가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빨리 이 순간이 지나가 원래 내것이었던 그녀의 가슴을 맘껏 주무르고 싶다.
나 역시 2년을 참았다.
Ps.
새벽2시부터 천지개벽, 경천동지할만큼의 고성방가로
목동을 일깨우던 시오의 부부젤라 울음소리가 멈출 생각을 안했다.
장모님과 은숙이는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해봤지만 울음소리는 더 커질 뿐 방도가 없어 보였다.
갑자기 묘안이 떠오른 내가 시오의 favorite 트랙을 틀어줬다.
"니가 필요해 - 하우스룰즈"
그러자 마치 어웨이경기에서 터진 코비의 버저비터처럼 장내가 숙연해졌다.
시오의 울음이 0.1초만에 그친 것이다. 놀란 장모님은 사위 칭찬을 해도 되는 시점에
다른 말씀을 이으셨다. 아쉽지만 어찌하겠는가ㅠ 우리 은숙이는 다시한번 음악의 진가를 깨달았을 것이고
아무튼 난 '뿌듯함'의 정의를 다시한번 새기며 의기양양해졌다.
그동안 매일 아침, 같은 시각마다 (출근을 뒤로한채) 꾸준히 아기에게 들려주며 춤을 췄던 하우스비트가
오늘처럼 역사적인 순간에 빛나는 역할을 한 것이다. 단유의 고통을 잊게 해준 몰핀은 다름아닌 음악이었던 것이다.
난 또다시 '디제이의 숙명'을 직감하며 포근한 잠을 청하려 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내가 튼 음악을 들으며 울음을 거둘 수 있을까?
빨리 디제이로 돌아가고 싶다. 어린 아나킨이 제다이가 되고싶어하던 그 심정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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